January 12, 2021
유튜브를 보다 보면 혼자 알기는 아쉬운 채널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최근 구독해 재밌게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 3곳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Kurzgesagt은 2013년에 창립한 뮌헨에 있는 모션 그래픽 애니메이션, 디자인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Kurzgesagt이라는 이름 역시 독일어로, 직역하면 “짧게 말해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영상이 대략 10분 내외로 구성되어 있고, 과학, 정치, 사회에 관련된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업로드 합니다.
Kurzgesagt의 영상을 보고 나면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우주과학에 대해 다룬 영상들이 많다 보니, 영상들을 쭉 보고 나면 이 거대한 우주에 비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자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곧 허무주의로 이어지게 방치하지는 않습니다. Kurzgesagt은 단순히 우리는 참 작은 존재다! 라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거대한 우주에서 우리가 어떤 의미를 만들 것인가. 또 이 거대한 우주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등의 영상도 다루며 좀 더 존재의 의미를 한 번 더 되돌아보게 해줍니다.
좀 더 우주과학적인 영상들이 이 채널의 매력을 잘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상은 바로 이 “The Egg”입니다.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상은 이 채널을 알게 된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종종 지금 사는 삶의 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어찌 보면 제게는 이 영상에서 그리고 있는 사후세계가 가장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현재의 삶도 충실히 살 수 있고, 또 삶 이후도 두렵지 않게 해주니까요.
WLDO는 최신 해외 이슈 및 마케팅 추세를 소개해주는 채널입니다. WLDO라는 채널명은 Who Let the Dogs Out의 줄임말로, 빠르고 신랄하게 이슈를 물어온다는 뜻으로 작명하셨다고 들었지만 정작 채널에서는 주로 왈도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각 영상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재미있고 신선한 광고를 다루고, 3줄 내외의 정리로 마무리되는 구조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과자인 치토스와 맛없는 거로 유명한 마마이트의 광고를 주제로 만든 영상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제품의 단점을 매력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재미있는 광고들이었습니다. 이 영상을 포함해 슈퍼볼 광고들이 많이 다뤄지는데, 이 외에도 채널에 소개된 타이드나 현대자동차의 광고 영상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으니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예술의 이유는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운영하는 예술, 특히 미술에 관련된 채널입니다. 회사명과 동명의 채널과 상호 보완적인 채널이기도 한데, 널 위한 문화예술은 “취향 발견”에 목표를 둔 채널이라 새로운 전시나 책, 작품 등을 소개해주는 한편, 예술의 이유는 “지식 함양”에 초점을 맞춰 그림을 보는 법, 예술가의 삶과 같은 예술 교양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 채널 모두 좋아하지만, 특히 예술의 이유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영상들도 재밌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상만큼 그림을 “잘 읽어준” 영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번쯤 어딘가에서 봤을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을 주제로 한 이 영상에서는 작가와 작품, 역사를 넘나들며 설명을 이어가는데, 13분 정도 되는 영상이지만 몰입해서 잘 봤습니다. 몇 년 전 이 그림을 런던에서 처음 봤을 때 잘 모를 묘한 느낌과 인상을 받았는데, 이 영상을 통해 그 묘한 느낌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었고, 덕분에 희미했던 감상이 선명해질 수 있었습니다.